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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리즈너 – 감옥에서 펼쳐지는 냉철한 복수와 의학의 이중성

by notesandvibes 2025. 6. 29.

닥터 프리즈너

“의술은 사람을 살리는 데 써야지, 권력을 지키는 데 쓰면 안 되지.”

2019년 KBS2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는 의학과 범죄 스릴러를 결합한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권력자들과 범죄자들을 상대로 복수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기존의 병원 중심 의학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과 전개로 시청자를 끌어당깁니다.

주인공 나이제(남궁민 분)는 정의롭고 유능한 외과 의사였으나, 병원 내 권력 싸움과 부당한 시스템에 의해 밀려나고, 이후 교도소 의료과장이라는 자리를 선택해 그곳에서 ‘복수의 수술대’를 펼칩니다.

《닥터 프리즈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의학이 어떻게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제작입니다.
치료와 진단이라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수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을 날카롭게 그립니다.

의학의 윤리 vs 현실의 권력 – 주인공의 이중적인 선택

나이제는 원래 환자를 살리는 데 인생을 바친 외과의사였습니다.
하지만 한 재벌의 오만한 행위로 인해 응급환자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 책임을 억울하게 뒤집어쓰고 병원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한 곳은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 자리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다시 외과의 메스를 들지만, 그 대상은 단순한 환자가 아닌, 재벌 2세, 권력형 범죄자, 사회적 권력자들입니다.
이들에게 병을 진단하거나 가짜 진단서를 발급하고, 형 집행정지를 유도하는 의료 전략을 통해 차근차근 자신이 복수할 대상을 조율해 갑니다.

그의 수술과 진단은 완벽하지만, 그 속엔 윤리적 딜레마가 늘 존재합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게 본분인데, 지금 내가 하는 건 뭔가?”
이 물음은 시청자에게도 의료의 본질에 대해 되묻는 강력한 장치가 됩니다.

감옥은 또 다른 사회 – 의료가 작동하는 또 하나의 권력 공간

《닥터 프리즈너》가 독특한 이유는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의학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교도소 안에서도 권력은 존재하고, 그 권력은 때로는 진단서 한 장, 혹은 의사의 판단 한마디에 의해 자유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나이제는 이 틈을 이용합니다.
권력자들의 병을 악용해 출소를 유도하거나, 반대로 죄를 더 무겁게 만들어 구속시키는 식으로 ‘의학적 판단’을 무기로 복수와 정의를 함께 실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도 흥미롭습니다.
'과연 의료는 모두에게 평등한가?'
'의사가 권력과 거래를 할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의료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되는가?'

드라마는 현실에서도 있었던 재벌들의 형집행정지 사례, 거짓 진단을 통한 감형, 특혜 논란 등을 은유적으로 반영해 단순 오락을 넘어 사회 고발성 서사까지 품고 있습니다.

복수는 차갑게, 그러나 생명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나이제는 단순한 복수심을 넘어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의 주변에는 권력에 타협한 의료진도 있고, 권력을 밀어주는 검사, 반대로 그에 맞서는 정의로운 동료들도 등장합니다.

특히 여성 정신과 전문의 한소금(권나라 분)은 나이제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그의 진심과 사명감을 지켜보며 점차 동료로서의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결국 나이제는 메스를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살리고자 했던 진짜 의료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누구도 법과 생명 위에 설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은, 《닥터 프리즈너》를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철학적 질문을 품은 의학 드라마로 완성시킵니다.

결론 – 의학은 칼이 아니라 방향이다

《닥터 프리즈너》는 강렬한 복수의 서사와 스릴러 구조를 갖춘 동시에, 의학이라는 무기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철저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메스를 들고 있지만, 그 칼끝은 단지 생명을 위한 것이 아닌, 진실을 파헤치고 불의를 겨누는 방향으로 사용됩니다.

이 작품은 의학의 윤리, 권력의 위험, 인간의 복수 본능까지 복합적인 주제를 밀도 있게 풀어내며 의학 드라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의사가 되는 이유가 단지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라면, 그 생명을 위협하는 권력에 맞서는 것도 의료인의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닥터 프리즈너》는 그 과정을 강렬하게 그려낸 사회 의학 스릴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