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이라는 딱딱한 틀 안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사건과, 그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판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 법정 드라마입니다. 격식과 절차 중심이 아닌, 사람과 감정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와 주요 캐릭터, 사회적 시사점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감성 판사 박차오름의 등장
'미스 함무라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존 법정 드라마와는 다른 시선입니다. 주인공 박차오름(고아라 분)은 원칙과 규칙보다는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중시하는 신입 판사로, 전형적인 법조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녀는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사람을 먼저 보고 상황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봅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사건에서는 관행과 편견을 뛰어넘는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때로는 이로 인해 선배 판사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사건을 감정적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현실감 넘치는 사건과 인간적인 법정
'미스 함무라비'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지 감성적인 시선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매 회마다 실제 사회 문제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적 공감을 유도합니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성희롱, 직장 내 갑질, 상가 분쟁 등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법정이 결코 먼 세계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사건 그 자체보다도 등장인물의 내면과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피고인, 원고, 피해자, 가해자 모두 인간으로서의 입체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며, 단순한 ‘옳고 그름’을 넘어선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판단자가 아니라 공감자로서 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또한 함께 일하는 선배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과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 분)은 각각 원칙주의자와 관록 있는 실무자로, 박차오름과 대비되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셋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충돌하고 토론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법을 통해 사람을 살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법이 서야 할 곳
'미스 함무라비'가 시청자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지점은, 바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드라마는 법이 냉정한 잣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연민과 공감을 담아내는 따뜻한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차오름이 담당한 사건 중 일부는, 단순히 ‘법대로’ 처리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법에는 판례가 있지만, 인간에게는 감정과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선은 기존의 법정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감성적 접근이며, 실제 시청자들의 인생 문제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또한 법조인 내부의 고민과 현실적인 한계도 잘 그려졌습니다. 판결을 내린 후 느끼는 무력감,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부담, 사회의 요구와 개인의 가치관 사이에서의 갈등 등은 법정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판단의 장소’가 아닌 ‘인간의 삶을 조율하는 공간’임을 상기시킵니다.
'미스 함무라비'는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할 수 있는 판사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 점에서 이상적인 판사의 모습은 물론, 인간적인 결함까지 모두 품고 있는 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미스 함무라비'는 기존의 법정극이 보여주지 못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한 작품입니다. 법조인의 이상적인 모습, 현실적인 갈등, 사회적 문제의 복합성까지 균형 있게 다뤘으며, 법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것’임을 일관되게 강조했습니다.
법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시청자 스스로 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뜻한 법정극을 찾는다면,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미스 함무라비'는 꼭 한 번 감상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